Page 113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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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무명無明]이 불면 바닷물(진여 본체)은 다양한 모습의 파도(만유, 현상)를

            일으키지만, 그 바다와 파도는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승기신론』에서 진여 본체와 만유 현상과의 관계를

            말한 그 유명한 구절을 다시 한번 보자.



                “‘한 마음(일심법一心法=진여, 실체)’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하나
                는 마음의 진여라는 문이고, 하나는 마음의 생멸이라는 문이

                다. 두 가지 문은 모든 현상들을 각각 다 포함한다. 이 두 가지
                문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큰 바닷물이 바람이

                불면 파도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바닷물의 형상과 바람의 형
                상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지만, 물에 활동하는 성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이 그치면 물이 활동하는 모습(=파도)은 없어
                지지만, 젖은 성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구양경무는 유식 불교의 관점에서 『대승기신론』의 진여연기를 비판한

            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대승기신론』에서 진여문과 생멸문, 두 문을
            세운 것은 옳지만, 생멸문을 세우고는 ‘정지正智’를 그 본체로 보지 않고

            진여에 근본을 둔 것이 잘못이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유식 불교에 근거
            하여 진여와 정지正智를 구분하였다. 유식 불교는 아라야식을 기본적으로

            더러운[妄] 성격으로 보는데, 이 아라야식 속의 더러운, 오염된[染] 종자가
            완전히 힘이 약해져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정지正智’라

            고 부른다. 유식 불교에서 보기에 이 정지正智는 더러운, 오염된 종자가
            소멸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진여眞如 그 자체는 아니다. ‘진여’와 ‘깨달은

            상태’[覺性]인 정지正智를 구분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진여는 본체이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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