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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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조는 막스 뮐러 교수 밑에서 연구에 임하는 동안 교수와 함께 범어
학 연구에 매진해 다수의 산스크리트 문헌을 출간하였고 아울러 일본에
서 전승되고 있던 폐엽사본에 서사된 실담문자 형태의 산스크리트 문헌
을 전해 받아 교수와 함께 연구해 그 결과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명 ‘난조 카탈로그’로 불리는 『대명삼장성교목록』은 당시 영국의 인도
사무국에 있던 황벽판黃檗版 대장경의 목록으로, 전체적 내용이 흐트러져
있던 것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황벽판 대장경은 명나라 만력판萬
曆版 대장경을 일본의 황벽종 본산인 우지宇治의 만복사萬福寺 스님 철안鐵
眼이 완성시킨 총 6,950권에 달하는 일대총서로, 이 대장경은 1872년 이
와쿠라견외사절단이 영국에 갔을 때 기증을 요청받은 것으로, 1875년 일
본이 영국에 기증한 것이 혼란스러운 채 남아있었던 것이다. 난조는 이것
을 3년에 걸쳐 정리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당시 동양의 불교전적이 거의
없던 서양에서는 중요한 자료이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목록의 출
간으로 난조는 옥스퍼드에서 학위를 받았고, 귀국한 뒤에는 일본 불교계
최초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도쿄 대학에서 범어 강의
귀국한 다음해인 1885년 2월 난조는 도쿄 대학에 범어학 강사로 위촉
되어 강의를 한다. 범어梵語 즉 산스크리트를 강의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최초의 일이지만, 산스크리트 문자에 해당하는 전통적인 실담문자에 대
한 연구는 일본에서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곧 진언종의 개조인
공해(空海, 774-835)가 중국에서 『실담자기悉曇字記』를 가지고 와 실담학悉曇
學이 뿌리내린 이후 일본의 각 종단에서는 각종 불교의 의례나 의식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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