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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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물 철철 흘러내리고 있고, 우리 사는 것 걱정하지 말고 당신들이나 잘
하시오.”
이래서 불공 막아 버렸지, 천도해 주는 것 막아 버렸지, 어떻게 할 것이
냐? 우리 무기는 따로 없습니다. 동냥하는 것뿐입니다. 동냥해 사는 것입
니다. 이제 법당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데 가사니, 장삼이니, 바리때니 이
런 것이 또 틀렸다 말입니다.
부처님 법에 바리때는 와철瓦鐵입니다. 쇠로 하든지 질그릇으로 하지
목木바루는 금한 것입니다. 그런데 쓰고 있습니다. 가사袈裟·장삼長衫을
보면, 가사나 장삼을 비단으로 못하게 했는데, 그 당시에 보면 전부 다 비
단입니다. 색깔도 벌겋게 해서, 순수한 색이 아니고 괴색壞色을 해야 되는
것이니 그것도 비법非法입니다. 그래서 비단 가사, 장삼, 그리고 목바리때,
이것을 싹 다 모아 가지고 탕탕 부수고 칼로 싹싹 자르고 해서 마당에 갖
다 놓고 내 손으로 불 싹 다 질렀습니다.
그리고서 시작했습니다. 가사는 그 전 해에 대승사大乘寺에서 조금 만
든 것이 있었으나 완전히 된 것이 아니고, 봉암사에서 근본적으로 출발했
습니다. 비단으로 안하고, 또 괴색으로 우리가 물을 들였습니다. 바리때가
없어 처음에는 양재기를 펴다가 나중에 옹기점에 가서 옹기를 맞추어서
썼습니다.
장삼은 법대로 된 예전 장삼이 송광사松廣寺에 한 벌 있었습니다. 예전
보조普照 스님께서 입던 장삼인데, 자운 스님이 양공良工 이거든, 보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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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사·장삼을 담당하는 직책. 각주는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가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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