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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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이전 장삼을 버리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장삼이 그것

            입니다.
              육환장六環杖도 새로 만들고, 요새는 안 하지만 스님은 언제든지 육환장

            짚게 되어 있으니까, 삿갓도 만들었습니다. 삿갓을 만들어 놓으니 이것은
            조선 5백년 동안 스님들 압박하려고 만든 것인데 왜 내놓느냐고 사방에서

            공격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건 모르는 소리야. 일본도 지금 선승禪僧들
            은 삿갓 쓰고 있고, 예전 중국에도 보면 법문에 삿갓이야기 많이 나오고,

            청규淸規에 삿갓 쓰도록 다 있어. 그리고 아침에는 꼭 죽을 먹었습니다.
              공양은 사시巳時밖에 없으니까, 오후에는 약석藥石이라고 있습니다. 근

            본적으로 율律에 보아서는 저녁 공양은 없는데, 청규에는 약석이라고, 약
            藥이라 해서 참선하는 데에 너무 기운이 없어도 안 되므로 바리때 펴지 말

            고 조끔씩 먹도록 되어 있습니다. 포살布薩도 처음으로 거기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일종의 혁명인 셈이지요. 이

            런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하면 ‘무엇이든지 우리 손으로 한
            다’는 것입니다.



              밥해 먹는 것도 우리 손으로 한다, 나무하는 것도 우리 손으로 한다, 밭

            매는 것도 우리 손으로 한다. 일체 삯군, 일꾼은 안된다 말입니다. 이것이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 一日不食’의 청규 근본정신이니까 그래서 부목

            負木도 나가라, 공양주도 나가라, 전부 다 내보내고 우리가 전부 다 했습니
            다. 쉬운 것 같지만 실제는 이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곡식도 전부 다 우리

            손으로 찧고, 나무도 우리 손으로 하고, 밭도 전부 우리가 매고, 이것이 실
            제 어려운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살았습니다.

              신도들과의 관계는 어찌되어 있느냐 하면, 스님 보고 “야야”, “자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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