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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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계첩만 팔아먹으면 그만이니까. 우리가 다 봐두었거든.

             그래서 “앉을 때는 꼭 꿇어 앉아라.” “합장해라.” 그래놓고, “잘못 꿇어
           앉아도 때려주라.” “합장 잘못해도 때려주라.” “졸아도 때려주라.” “이야기

           해도 때려주라.” 이 네 가지를 범하는 사람은 무조건 큰 죽비로 죽도록 때
           려준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젊은 사람이 군데군데 서 가지고 턱턱 때려준다, 그건 때려주어야 자비
           지, 안 때려주면 자비가 아니니까. 여기서 철썩, 저기서 철썩, 몇 번을 깜

           짝깜짝 놀라더니 그만 아무도 조는 사람이 없습니다. 걸어 다닐 때도 어디
           기를 펴고 다녀, 숨도 크게 못 쉬는 판인데. 그리하여 계살림을 사흘간 원

           만히 잘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난 후에 원주를 불렀습니다.
             “그래도 쌀 좀 남았지? 남은 쌀 전부 밥 다해라.”

             “허! 그걸 어쩔려구요.”
             “어쩌든지 내가 알아 할 터이니 밥 다해라.”

             남은 쌀로 전부 밥을 해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한 덩이씩 안겨 주었습니
           다. 지금도 살아 있는 80, 90살 되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그때, 그것 사흘

           동안 한 것보다도 몇 줌 남은 쌀 그것까지 싹싹 긁어 가지고 밥해서 한 주
           먹씩 안기는데 그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랍니다. 그래놓고 보니 7천

           원이나 빚졌다고 해요. 40년 전 7천 원이면 큰돈입니다.
             우리는 또 동냥 다닙니다. 총무원장 하다가 수도암에 가 있는 법전 스

           님, 자운 스님 따라 다니며 동냥한다고 어떻게나 욕을 봐놨던지. 지금도 이
           야기한다고 해요. 참 동냥한다고 욕봤어요. 석 달 안에는 어디고 기침소리

           도 한 군데 나는 데가 없었습니다.(석 달 안에는 대중공양 안 받기로 한 때문)
             석 달이 지나고 나니 대중공양이 들어오는데 딱 벼르고 있었던 모양입

           니다. 사방에서 대중공양이 들어오는데 감내를 할 수 있어야지. 여기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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