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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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생을 캄캄한 어둠 속에 홀로 헤매다가

                오늘에야 희귀한 이 소疏를 만났네.
                義語非文契佛心
                芬皇科敎獨堪尋.
                多生孤露冥如夜
                此日遭逢芥遇針.


             원효의 『해동소』에 의거해 『금강경』을 강의하고 나서 기뻐하며 지은 시

           다. 다생의 어둠 속에서 헤매던 과거와 이제 『금강경』에 대한 원효의 주석
           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등불을 찾은 환희심이 분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즉, 해박한 교리로 불법을 회통시켰고, 민중 속으로 뛰어들어 중생을 교
           화하고 불법을 진작시킨 원효의 흠모와 존경은 “오늘에야 이 희귀한 『금

           강경소』를 만남”은 겨자가 바늘을 만나듯 기적이라는 대목에서 선명히 드
           러나 있다.

             구도시가 구도과정에서의 고뇌와 법열을 읊은 것이라면 교화시에는
           불법홍포의 난관이 되는 말세인식에서 오는 갈등과 호법의 의지가 담지

           되어 있다 할 수 있다. 몸을 던져 불법의 씨[불종佛種]를 심고자 했던 그의
           강한 전법과 교화의 의지는 이차돈 성사의 사당을 참배하고 쓴 「염촉사인

           묘厭髑舍人廟」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천리 길 남쪽으로 내려와 성사께 문안드린다  千里南來問舍人
                청산은 적막한데 몇 번이나 봄이 지났던가,                 靑山獨立幾經春

                만약 말세에 법이 어지러울 때를 만난다면,                 若逢末世難行法
                나 또한 당신과 같이 몸을 아끼지 아니하리라.  我亦如君不惜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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