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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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을 부지런히 강의에 힘쓰고                        二紀孜孜務講宣

                300권의 경전을 방언으로 번역했네.                     錦飜三百貫花詮.
                과로에 전등의 힘이 부족함을 부끄러워함은                   憔勞愧乏傳燈力

                노산에서와 같이 연사의 씨앗이 될까 한 것이네.  祇合匡盧種社蓮.


             국사가 입적하기 1년 전인 46세에 쓴 시로, 생을 반조하며 정리를 한
           느낌마저 준다. 첫 행은 교화의 열정을 말하고, 2행에서는 경전을 방언으

           로 풀어 유통한 일을 말하고 있으며, 3행에서는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
           는 불법 전파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는 이러한 열의

           가 저승 영혼의 구제로 이어지고 있다. 연사蓮社 결성의 희망은 의천이 가
           진 광대한 교화의 의지를 말해줄 뿐만 아니라 그의 입적 후 1세기가 지난

           뒤에 문도인 요세(了世, 1163-1245)에 의해 백련사라는 염불단체의 결성으
           로 실현된다.

             신라통일의 원동력이 된 원효의 화쟁사상은 『법화경』의 중심사상인 ‘회
           삼귀일’에서 비롯되며, 의천 역시 고려의 불교통합을 위해 원효와 『법화

           경』이 추구한 통합과 조화를 주장했다. 이는 분열되어 있던 고려 불교계
           를 일신하려는 움직임으로써 법화사상이 중요한 것이지만, 학인들은 이

           에 대한 공부에 힘쓰지 않는 우둔함을 경계했던 국사였다.



                법화는 곧 윤회를 벗는 길임을                      圓經本是出離緣
                요즈음 사람, 이것에 힘을 안 쓰네.                  末學區區未勉旃.

                곁길로 명성 구함 경계 되지만                      依傍求名深有誡
                끝끝내 잘못인 줄 모르는구나.                      可憐終日不知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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