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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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불교를 재평가했고,
특히 신라 화엄종의 전통
을 다시 인식했다는 점이
다. 그러므로 그가 1085
년 4월, 송으로 구법을 떠
나고자 했지만, 부왕 문종
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진 3. 고려시대의 단차를 격불하는 모.
의 형제 선종(宣宗, 재위
1083-1094)이 즉위한 후에도 재차 요청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몰래 문도 2
인을 데리고 송나라 상인 임녕林寧의 배를 따라갔다가 1086년 고려로 돌아
온 사실이 『고려사』에서 확인된다. 당시 송 황제는 그를 극진하게 환대했
다. 『고려사』에 그 정황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6월 승려 왕후(王煦, 의천)가 송나라에서 돌아왔다. 처음에 왕후
가 송에 도착하자 송 황제가 수공전垂拱殿으로 불러 접견했는데,
손님의 예로 대우하고 은총을 두텁게 내렸다. 왕후가 지방을 돌
아다니며 법을 묻기를 청하자, 조서를 내려 주객원외랑主客員外
郞 양걸楊傑을 관반館伴으로 삼았다. (이에) 오吳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절에 도착하니 모두 맞이하고 전별하기를 왕이 보낸 신하
[王臣]에 대한 예禮와 같이 하였다. 왕이 표문을 올려 나라로 돌
아오게 해줄 것을 간청하였으므로 조서를 내려 동쪽으로 돌아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왕후(의천)가 예성강禮成江에 도착하자 왕
이 태후를 모시고 봉은사奉恩寺로 나아가 기다렸다. 맞이하여 인
도하는 의례의 성대함은 이전과 비교할만한 것이 없었다. 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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