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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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에서 차 덖기 마치자 타던 속이 시원해지네.                    焙了茶園渴肺凉.
             불법 배우려던 소원 이뤄 산승이 되었지만                        掛錫已酬爲學志
             꿈속에선 고향으로 돌아가 옛집을 서성이네.                       故山還夢舊棲堂.




             이 시는 의천이 중국에서 법을 구하던 가람의 소슬한 풍경을 그렸고, 당
           시 공부를 마신 후의 일상을 생생하게 노래하고 있다. 특히 도당구법승의
           수행 일상이 강경과 시 짓기, 그리고 차를 마시며 수행하는 일과 다원에서

           차를 만드는 일도 수행승의 일상이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그러므로 고

           려의 도송渡宋 구법승들은 송의 차에 대한 신정보를 선점했고, 이를 고려
           에 소개한 그룹이었으니 이는 고려 차 문화가 송에 비견될 정도로 발전을
           구가했던 배경이다. 한편 그가 남긴 「사사다약표謝賜茶藥表」는 송 황제가 차

           와 약을 보낸 것에 감사를 표하여 올린 글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금월 13일 중국 사신이 와서 칙지를 전달할 때, 삼가 자상하신
                성은을 입어 특별히 어차 12각과 약 1은합을 하사받았습니다.

                황송하게도 몸소 특별히 보살핌을 내리시어 고급 차와 약으로

                총애를 보이셨습니다[臣僧某言. 今月十三日, 中使至奉傳勅旨,
                伏蒙聖慈,  特賜御茶二十角,  藥一銀合者.  無晃凝旒,  特紆於睿
                眷, 嫩芽靈藥, 優示於寵賜].”




             윗글은 송 황제가 보낸 차와 약을 받고 감사를 표한 글이다. 그에게 차
           와 약을 보낸 송 황제는 철종哲宗이었다. 그가 1085년에 도송渡宋하여 구
           법求法할 때, 송 황제 철종이 그에게 보인 극진한 예는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와 같거니와, 송 황제가 고려에 사신을 보내면서까지 특별히 의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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