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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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들을 살펴보면서, 수십 년 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다가 인

                생의 종말에 이르러 명안종사明眼宗師로부터 단련을 받고나서
                야 바야흐로 깨침을 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즉 깨침을 어

                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깨친 이후에도 계戒를 받들
                어 더욱더 정진하고 또한 허물을 점검하며 면밀하게 지내야 한

                다. 심지어 다리가 부러진 솥만 가지고 있어도 입산하여 연마
                해야 한다. 진정으로 깨친 사람의 기상이 이와 같았다. 그러니

                어찌 법을 아는 사람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요즈음에는 문 밖에만 나가면 곧 이미 증득했다고 말하

                며 불조를 꾸짖고 방탕하고 검소하지 않으며, 명성과 재물에
                관심을 두고, 일반인들처럼 살아가면서, 우아한 언어유희를 일

                삼는 사람이 많다. 분명히 일세를 속이는 짓거리이다. 아! 세상
                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있구나. 날마다 수염과 눈썹이 빠지

                고, 피를 머금어도 뱉을 곳이 없다. 어찌 종문의 종지에 대하여
                죄업의 과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송으로 말한다.



                세간에서는 죄를 뉘우치고 복을 짓는데                   世皆懺罪造福

                나 또한 복을 지어 저 죄를 소멸한다네                  我亦作福滅罪
                잘 생각해보면 전해오는 법보가 있어서                   惟有流傳法寶

                부처님 혜명을 계승하는 것이 최고라네                   續佛慧命為最
                바라건대 저 이제부터 세세생생에 걸쳐                   願我生生世世

                미혹에 빠지지 않고 바른 길 찾아 닦고                  不迷正路修行
                그대로 불보리의 뛰어난 과보를 취하여                   直取菩提上果

                사바세계 널리 법계 중생을 제도하려네                   徧度法界眾生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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