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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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합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아무
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근대시기 불교가 서양 학문과 만난 또
하나의 예로서 티모시 리차드(Timothy Richard,
중국명 李提摩太, 1845-1919, 사진 1)의 『대승기신
론』 영어 번역본을 들 수 있다. 『대승기신론』 자
체가 대승불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서인데다
사진 1. 티모시 리차드.
가 근대 불교에서 여러 유파가 나뉘어지는 논
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번역은 특히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티모시
리차드는 영국 침례교 선교사로서 1870년부터 1916년까지 중국에 체류하
였고, 청말 사상계와 정치에 깊이 관련하였던 인물이다. 1844년 리차드가
남경을 방문하였을 때, 지난 호에 언급한 양문회(楊文會, 1837-1911)를 만나
고 그에게서 『대승기신론』을 손에 넣었다. 리차드는 이 책을 읽고 흥미를
느끼고 번역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번역이 어려웠기 때문에 양문회에게 협
력을 구하였고, 일찍부터 『대승기신론』을 서양에 소개하려고 생각하고 있
던 양문회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이에 기꺼이 협력하였다. 그 결과 1894년
『대승기신론』이 영어로 번역되고 그 영역본이 상해에서 출판되었다. 이 『대
승기신론』 번역을 통해 불교와 서양 학문, 불교와 기독교가 만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차드의 기본 전제는 중국을 기독교화하는 것이 중국의 근대화와 개
혁에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는 1885년에 선교 보고차 영국에 잠시
돌아가게 되었을 때, 그곳에서 중국의 ‘국가적 개종’을 주장하였다. 중국을
기독교 국가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모든 선교 단체와 힘을 합하
여 중국을 국가적으로 개종시키는 노력을 경주하자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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