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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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청자 음각 파도물고기무늬 완, 고려, 높이 4.5cm 입지름 12.7cm, 국립중앙박물관.




           장악한 집권자였다. 그런 그가 진각 국사를 극진하게 모셨고 두 아들을 보
           내 국사를 모시게 했다는 사실은 당시 진각 국사의 위상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이는 진각 국사를 위해 차와 약재, 진기한 음식, 도구

           와 법복을 때에 맞춰 제공했다. 당시 최고의 권력자 최이가 진각국사를 위
           해 공양했던 차는 무엇이었을까. 백차白茶로 짐작된다.
             백차(사진 3)는 12세기 송 휘종 대에 유행했던 최고급 차로, 이미 고려 왕

           실이나 수행승, 관료 문인들도 익히 즐겼던 귀한 차였다. 13세기 백차白茶

           를 애호했던 정황이 당시 문인들의 다시茶詩에도 자주 언급되고 있기에 최
           이가 진각 국사에게 보낸 차는 백차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당시 차 문
           화를 주도했던 그룹은 사찰의 승려들이었고 선종 사찰의 음다飮茶는 수행

           생활의 일부였다. 진각 국사가 보조 국사에게 인가 받게 된 게송偈頌에도

           차가 언급될 정도였다. 게송의 내용은 “시자를 부르는 소리, 송라의 안개
           에 울려 퍼지고[呼兒響落松蘿霧]/ 차 향기, 돌길 바람 따라 전해 오누나[煮茗
           香傳石徑風]”이다.

             게송은 보조 국사가 자신에게 불법을 전해 줄 것이란 함의를 은연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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