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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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慚愧, 삼선근까지 살펴보았고, 이번호에는 7번째 항목인 ‘근심소勤心所’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근(勤, vīrya)’이란 게으름을 물리치고 성실하게 선법善
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작용을 말한다. 유식문헌에 나타난 내
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글자 그대로 ‘부지런함[勤]’이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게으름을
다스려[對治懈怠] 착한 일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滿善為
業].”고 정의했다. 부지런함이란 게으름을 물리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이 훌륭하고 그럴 듯해도 성실하게 추진하지 못하면
한낱 춘몽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업성공과 같은 세속적 일은 물론 해탈과
열반이라는 종교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부지런해야 한다. 내가 세운
꿈과 목표, 바른 방향을 향해 자신을 독려하며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 근
심소의 역할이다.
근심소는 『대승아비달마집론』,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성유식론』에서
는 부지런함을 뜻하는 ‘근勤’으로 표기하고, 11개 선심소 중에 일곱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 게으름은 내가 가야할 목적지로 갈 수 없게 하는 내면의
방해물이다. 그래서 근심소의 기본적 역할은 게으름이라는 장애물을 극
복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그런데 목표한 바를 성취하려면 한두 번 부지
런을 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밀고 나가는 지속성이 요구된다. 그
래서 『대승백법명문론』과 『대승오온론』, 『대승아비달마집론』에서는 근이라
는 말 대신 ‘정진精進’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세친의 『대승백법명문론』에
서는 순서도 믿음 다음인 두 번째 항목으로 제시한다. 바른 믿음이라는 목
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꾸준하게 전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용맹함이다. 근면은 게으름이라는 내면의 적과 싸움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10분만 더 자자고 유혹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인데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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