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P. 96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의 오고 감이 또한 이와 같다.




             여러 인연으로 형성되어 태어나서[成] 삶을 살다가[住] 늙어 죽으면서[壞]
           사라지는[空] 현상은 생명체뿐 아니라 우주 천체에서도 마찬가지임을 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수명의 차이가 크게 날

           뿐이다. 이 수명의 차이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사는 우리는 우주를 구성

           하는 별들을 영원한 존재라고 착각한다. 수명의 차이가 상당하더라도 무
           상無常하다는 점에서는 생명체나 생명종이나 항성이나 모두 같다.
             왜 모두 무상이어야 하는가? 모든 존재자는 자기 스스로의 변하지 않

           는 본질인 자성自性을 가지고 그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의존하
           는 연관의 관계를 이룸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그 의존의 관계가 허
           물어지면 존재자도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불생불멸의 연기와 공


             성간물질星間物質이 중력의 작용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별이 생성되

           는데 우리는 이를 별의 생성 혹은 간단히 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별

           은 성간물질로 만들어졌으므로 별이 생성되면서 성간물질은 없어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는 별의 생성이란 성간물질의 소멸이 있어야만 가능하
           다는 것이니, 소멸은 생성의 전제 조건이 된다. 이처럼 멸滅은 생生과 따로

           떨어져 있는 과정이 아니다. 생성이 있는 그 자리에 바로 소멸이 존재하며,



           94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