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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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할 수가 없다. 때문에 보리달마로부터 육전六傳한 이후에는 두 갈래에서
다섯 종파가 출현하여 선에 대한 설명이 방대하였다. 자성의 바다는 하도
넓어 항하사와 같은 법보가 그 가운데 집성되어 있다. 이에 지혜로운 사람
은 그것을 터득함에 있어서 자기 안에서 끌어내지도 않고 밖으로부터 받
아들이지도 않는다. 곧 자기의 마음에 본유한 자성의 공덕일 뿐이다. 그러
나 무릇 시대가 말운을 맞이하여 사람들의 근기가 점차 하열해졌다.
이에 상근기는 세간의 지혜로 대법을 헤아리느라고 다투고, 하근기는
스스로 숙맥菽麥도 구별하지 못하는 깜냥을 고수하여 분별하지 못하고, 또
한 탐욕이 많아 얻으려는 것에만 빠져 종신토록 애쓰지만 궁극적으로 돌
아갈 이치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가히 애석하지 않겠는가. 이에 나도 모
르게 그만 특별히 이 10편에 대하여 강종綱宗을 언설을 엮어 후래 납자들
을 위한 표준으로 삼고자 한다. 비록 그 언설은 소략하지만 신명을 다해
밝히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깨침[實]은 책에 들어
있지 않지만 실로 그 열 배나 많은 법이다. 진실로 혹 종지를 상실한다면
1)
곧 삼장의 가르침[三藏敎海]을 쥐고 흔들고 오등五燈 의 미묘한 언설을 다
궁구한다고 해도 그것은 마치 남의 집 보물만 헤아리는 꼴이니 어찌 자기
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때문에 이 『선해십진』을 유행시킨다. 지혜로운 사람
들과 더불어 공유하기 바란다.”
구성과 내용 『선해십진』에 수록된 10편은 다음과 같다. ①『칠불게전법七
佛傳法偈』; ②『초조보리달마대사입도사행初祖菩提達磨大師入道四行』; ③『삼조
1) 오등五燈은 구체적으로는 『경덕전등록』·『속전등록』·『천성광등록』·『가태보등록』·『연등회요』의 다
섯 가지 전등사서傳燈史書를 가리키지만 불조의 가르침을 통칭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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