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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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도 사라지고 무기력하게 침잠하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흘러가
            는데 마음이 정체되면 뒤처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음이 무겁게 처지는
            것을 방치하면 마음에 병이 됨은 물론 삶을 갉아먹게 된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듯이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것

            은 마음이다. 마음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설계자이자 행위를 통제하는
            지휘소와 같다. 따라서 마음이 침울하게 가라앉으면 부정적 에너지에 지
            배받게 되고, 의욕은 사라지고 부정적 감정에 포로가 되고 만다. 목동이

            고삐를 움켜쥐고 소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듯이 마음이 무거운 번

            뇌에 걸려 가라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겁게 침잠하는 마음을 가볍고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 중요함으로 유
            식唯識에서도 이를 다스리는 선심소善心所가 제시되어 있다. 선심소의 여덟

            번째 항목인 ‘경안輕安’이 그것이다. 현장 스님이 번역한 『성유식론』에 따르

            면 경안이란 “거칠고 무거운 번뇌를 멀리 하고[遠離麤重] 몸과 마음을 조율
            하여 유연하게 펴고[調暢身心] 선법을 감당하는 성품[堪任爲性]으로 혼침을
            다스려[對治惛沈] 전환하는 것이 업[轉依爲業].”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승아

            비달마잡집론』에서는 그냥 ‘안安’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몸과 마음의 무거

            운 번뇌를 멈추게 하고[止息身心麤重], 몸과 마음을 조율하여 유연하게 펴는
            것을 본체로 삼으며[身心調暢為體],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
            [除遣一切障礙為業].”고 설명하고 있다.




              가볍고 평온한 마음


              위 논소의 내용을 정리하면 경안심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원리추중遠離麤重으로 ‘추중을 멀리 하는 것’이다. 여기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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