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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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밝혀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여징(呂澂, 1896-1989)은 “현재
                                            사람들이 말하는 베르그송 철학은

                                            유식불교와 통한다.”고 하였고, 양수

                                            명(梁漱溟, 1893-1988)도 “사람들이 베
                                            르그송과  유식학을  비교하여  논하
                                            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지적하였

                                            다. 베르그송 철학과 유식불교의 접

                                            합점에  대하여  장태염(章太炎,  1868-
                                            1936)은 베르그송이 말하는 ‘생명’이
             『여징 전집』. 濟南:濟魯書社, 1991.
                                            유식불교의 ‘아라야식’과 일치한다는

           점에 논점을 맞추었다. 여징 역시 「베르그송 철학과 유식학」(1921년)이라는 글

           에서 “만유가 지속하고 끊이지 않고 변화하는 것이 아뢰야식의 항전恒轉이
           물 흐르는 것 같은 경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그 근거를 추정하였다.
             베르그송 철학에서는 이 세계를 생명의 우주인 동시에 유기체적인 전체

           로 본다. 베르그송이 보는 현상계는 물질의 무기력한 덩어리들의 단순한 집

           합이 아니며, 자연의 물질계 내부에도 ‘생명의 흐름’이 관통하고 있다고 한
           다. 실재는 정체되어 있거나 정지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성의 상태 중에
           있다. 그 주된 구성적 특징은 생명이나 의식으로 이해되는 생의 추동력, 생

           의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그송의 이 같은 ‘끊임없는 생명의 흐름’을 양

           수명은 근원적 의식의 ‘쉬지 않는 전변’으로 보았다. 양수명이 보기에, 베르
           그송 철학과 유식불교는 이 우주를 죽어있는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
           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생명의 우주로 파악한다는 공통

           점을 가진다. 베르그송은 “생명은 직관과 지성을 포함하는 보다 큰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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