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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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인 것으
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히 제시되는 질문은 곧 정토와 관련된 물음이었
다. 때문에 『선종혹문』에서도 선수행과 관련된 정토수행의 문제가 제시되
어 있다. 이들 정토와 관련된 물음은 선과 염불수행의 관계는 무엇이고, 선
종이면서 정토에 대하여 설명하고 왕생을 권장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법
화경』에서도 정토를 설하고, 제방에서 염불왕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참선과 염불의 공덕에 대한 궁금증, 참선 후에 염불을 하는 이유 등에 대
한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원징은 선은 염불수행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염불은 선
수행의 조도적인 입장이라고 말하면서도 참선을 제대로 하면 반드시 염불
이 수행된다고 하여 선과 염불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다. 나아가서 진정
으로 깨친 경우라면 반드시 염불수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공덕이
되고 이익이 된다고 하여 올바른 선수행이 바로 올바른 염불수행이라는 입
장에서 선정일치禪淨一致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원징은 선종의 조사이면서도 선 수행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있
는 것은 조사선풍이야말로 본래성불에 근거하면서도 그것을 반드시 일상
의 생활에서 보살행으로 승화시키는 가르침임을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중
생이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불법의 실천을 지
향하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무렵은 이미 선종이 선종으로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불법의 하나로서 그리고 유자儒者들과 도사道士들에 이르
기까지 교양지식으로서 보편화되어 있는 시대임을 긍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선수행 이외에 다양한 수행법이 선수행과 무리가 없이 조도助道의
방편으로 늘상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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