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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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선과 교학의 관계에 대한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 선과 교학의 관
계는 제6, 제7, 제15, 제28, 제41 등의 5항목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들에 대
한 질문은 다양한 선리가 참선의 수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선리禪理는
선수행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선과 경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
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이들 다양한 질문에 대하여 원징은 선수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교학에
근거하고 교학을 익혀야 하며 문법問法하고 선리에 정통해야 할 것을 말한
다. 그러면서도 결코 언설과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것을 초월할 것을 강
하게 주장한다. 이와 같은 원징의 주장은 일찍이 보리달마가 이입理入과 사
행四行을 논하는 대목에서 이입에 대한 가르침에서부터 엿볼 수가 있다. 달
마는 『이입사행론』에서 선과 교학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곧 반
드시 교학에 해당하는 경전의 가르침을 통하여 깨달음에 나아간다는 것
을 말한다. 달마로부터 시작된 이와 같은 선과 교학의 관계는 이후 선종에
서 선수행에 대한 교학의 의미가 어떤 관계로 설정되어야 하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이 주제는 선과 문자의 관계설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선종사에서 선과
교학의 관계는 처음부터 상호 보완의 입장이었다. 달마 이래로 이와 같은
선과 교학의 보완적인 관계는 선종에서 선 수행에 대한 교학의 중요성을
담보해주었다. 때로는 선교일치禪敎一致가 주장되기도 하였고, 선교융합禪
敎融合이 대세이기도 하였으며, 선교차별禪敎差別과 선주교종禪主敎從의 입
장으로도 출현되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는 선법의 수용에는 교학이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자교오종藉敎悟宗의 입
장이었지만 실참의 입장에서는 교학의 초월이 주장되는 사교입선捨敎入
禪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교학이야말로 선법을 깨치기 위한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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