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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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낙산사 원통보전.
지는 것이 여럿이다. 낙산사에 와 본지도 여러 번이라고 하고나니, 문득 당
나라 조주(趙州從諗, 778-897) 선사의 ‘끽다거喫茶去’ 화두가 떠올라 머쓱하기
는 하다. 절에 한번 왔든 여러 번 왔던 그게 무슨 상관이냐, 여전히 몇 번
왔느냐 하는 분별심을 내는 미망迷妄에 빠져있는 것이 난망難望이거늘 낙
산사에 여러 번 와본들 그게 무슨 대수인가 하는 말이다.
2005년 대화재로 원통보전(圓通寶殿, 사진 1)과 1469년 조선 예종이 아버
지 세조를 위하여 조성한 동종까지 화마에 사라지는 비극을 보면서 모두
가 안타까워했다. 낙산사의 역사를 보면, 창건이후 신라시대에도 두 번이
나 전소되다시피 했고, 고려 때는 몽골군의 침입으로 피해를 입고 조선 시
대에도 임진왜란을 위시하여 몇 번의 화재로 당우들이 거의 소실되는 비
극을 반복했다. 6·25 전쟁 때도 마찬가지의 참화를 입었다. 지금도 산불이
나면 불길이 산사로 옮겨 붙지 않을까 늘 걱정되는 형편이다. 2005년의 대
화재는 엄청나 잿더미가 된 낙산사가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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