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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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正念 화상이 폐허에도 살아남은 의상대, 홍련암, 보타전, 칠층석탑, 공
            중사리탑, 원통보전 담장 등에 의지하여 복원의 원을 세우고 일념으로 힘
            써 이제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운 전각들이 갖추어진 낙산사

            를 재탄생시켜 놓았다. 만화방창萬化方暢한 아름다운 화엄세계와 같다.

              의상대義湘臺의 일출과 관음송(사진 2), 관음굴觀音窟의 홍련암(紅蓮庵, 사
            진 3)과 파랑새, 홍예문紅蜺門에서 범종루梵鐘樓, 사천왕문四天王門, 응향
            각凝香閣, 빈일루賓日樓, 대성문大聖門을 지나 원통보전의 담장으로 둘러싸

            인 칠층석탑에 이르는 길은 실로 환희와 경탄의 공간이다. 화강암으로 축

            조된 홍예문과 창천으로 날아갈 듯한 누각은 그 하나만으로도 감탄을 자
            아내게 한다. 세조가 낙산사를 중건할 때 처음 쌓은 원통보전의 따뜻하면
            서도 품위가 있는 담장은 안쪽에는 기와로 쌓고 바깥쪽에는 막돌로 쌓은

            아름다운 양식인데, 사찰 건축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다.

              칠층석탑은 원래 신라시대 의상 대사가 3층탑을 조성하고 세조 때 중건
            당시 학열(學悅, ?-1484) 화상이 9층으로 다시 쌓았다고 전한다. 손상 하나
            없이 완전한 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경봉(鏡峰, 1892-1982) 대화상의 글

            씨로 현액을 건 원통보전에는 조선시대 장지壯紙로 만들고 옻칠을 입힌 관

            음건칠좌상觀音乾漆坐像이 모셔져 있다. 대화재 때에 정념 화상이 몇몇 스
            님들과 목숨을 걸고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안고 나온 보물이다. 관음지觀
            音池와 이를 내려다보는 보타락寶陀洛의 높은 누각과 천수관음과 1500 관

            음상을 봉안하고 있는 웅대한 보타전寶陀殿이 만들어낸 공간은 그야말로

            하나의 그림과 같이 아름답고 성스러운 대관음의 공간이다.
              이런 아름다운 낙산사는 국내 제일의 관음성지가 되어 오늘날에도 많
            은 참배객들이 찾아오고, 종교가 무엇이건 문화유산을 찾아오는 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바다나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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