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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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는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이 발원문을 제대로 해득할 수 있
다. 이해가 있은 다음이라야 실천이 따를 수 있다. 이름 하여 ‘백화도량발
원문白華道場發願文’(사진 4)이다.
“관음 보살을 본사本師로 모시겠다.”는 등의 발원을 하고 의상대에서 간
절히 기도를 한 끝에 바다 위에 붉은 연꽃이 솟아나면서 현현한 관음 보
살을 친견하였다. 그리하여 관음 보살이 대나무 한 쌍이 돋아날 곳에 절
을 세우라고 한 계시를 받고 그 자리에 절을 세우고 보타낙가산(寶陀洛伽
山, 補陀落迦山)에서 이름을 따 낙산사라고 하였다. 보타낙가산은 고대 인도
어로 보타락Botarak을 한자로 음역한 것인데, 관음 보살이 머물고 있는 산
을 말한다. 소백화小白華, 백화(白樺, 白花, 白華), 백화수白華樹, 백화수산白華
樹山 등으로 의역意譯되므로, 백화도량은 곧 관음 보살이 머물고 있는 보
타락의 절을 말하며, 이를 다시 이름 짓되, 백화白華를 낙산洛山으로 도
량道場을 사寺라고 지었다.
관음성지인 낙산사로 많은 참배객들이 순례의 걸음을 멈추지 않지만,
그 기도가 개인의 복이나 소원을 비는 것이라면 본령에서 한참 벗어난 것
이리라. 의상 대사와 같이 성불 이전에 먼저 『화엄경華嚴經』에 있듯이 「십지
품十地品」의 십지보살十地菩薩 즉 세속에서 남아서라도 중생을 구제하는 관
음보살이 되게 해달라는 비원悲願이야말로 진정한 관음도량의 기도가 아
닐까. 낙산사에서는 오로지 이 의상 대사의 발원문을 송하고 증득하여 비
원의 기도를 올리는 도량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요즘 낙산사에는 불교대학
을 두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화엄경』과 관음기도를 중
점으로 행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낙산사의 역사를 보면, 의상 대사가 창건한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유
교를 국교로 하는 조선에 들어서면서 불교가 위축되어 위기에 처했으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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