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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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조과 선사이다.
찾아가 “법을 배우겠습니다.” 하니 스님은 절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남아서 모든 시봉을 하며 날마다 가르침을 지성으로 빌었다. 오
늘이나 내일이나 법을 가르쳐 줄까 기다리다가 세월은 흘러서 16년이나 되
었다. 그러나 조과 선사는 한 말도 일러주지 않았다.
그쯤 되니 하도 기가 막혀 그만 가려고 하니 그제야 조과 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다른 곳으로 불법을 배우러 가렵니다.”
“불법 같으면 나에게 조금은 있다.”
하며 포모를 들고 확 부니, 그것을 보고 초현은 확철히 깨쳤다. 그 후로
도 오랫동안 시봉하다가 나중에 세간에 나아가 큰 도인이 되었으니, 그를
세상에서는 포모 시자라 불렀다. 6)
자명 선사慈明禪師 자명 선사는 임제종의 대표적인 도인이다. 분양 화
상 밑에서 지내며 추운 겨울에도 밤낮으로 정진하였는데, 밤이 되어 졸리
면 송곳으로 허벅다리를 찌르며 탄식하였다. “고인은 도를 위하여 먹지도
아니하고 자지도 않았거늘, 나는 또한 어떤 놈이기에 게으르고 방종하여
살아서는 때에 보탬이 없고 죽어서는 후세에 이름 없으니 너는 무엇 하는
놈이냐?” 이렇게 정성을 다하여 공부하더니, 후에 크게 깨쳐 분양 선사
7)
의 도풍을 크게 떨쳤다.
6) 『불조역대통재』(T49, p.621b) 등 여러 전등사서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7) 『박산무이대사어록집요』(J27권, p.422c), “如慈明大師夜欲將睡, 用引錐刺之. 又云: ‘古人爲道, 不食不寢,
予何人耶?’”(J는 『가흥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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