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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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데 천당이 있고 마음 가운데 극락이 있는 것이다.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번뇌 망상에 가려 스스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중생들에
게 이 사실을 일깨워주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시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곳
에서 찾지 말라고 하셨다. 마음을 밝히고 보면 그 속에 극락도 천당도 하
나님도 부처님도 다 들어 있다. 그러니 실제로 인간은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절대자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 불교의 생명선인 동시
에 다른 종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다.
그럼 나 자신이 절대자란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그것은 공부
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물맛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물을 마셔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공부를 해보면 그 사실은 저절로 증명된다. 그러니 마
음속의 부처, 마음속의 하나님, 마음속의 절대자를 믿고 열심히 공부해서
번뇌 망상을 끊어야지, 공연히 밖으로 부처를 찾고 하나님을 찾고 극락을
찾고 천당을 찾는다고 부산떨지 말라. 부처님도 성불하기 전에는 모든 중
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고 대자재지大自
在智로 관찰해 보니 모든 중생이 하나도 빠짐없이 불성을 갖추고 있는 것
이 아닌가. 그래서 “신기하고 신기하구나!” 하고 감탄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갖춰져 있음을 믿고 부지런히 공부해나가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불성이다. 설사 일자무식이라 해도 상관이 없다. 육조 스님
역시 일자무식이었지만 자기 마음 가운데 부처를 보고 나서는 팔만대장경
을 열 번 천 번 본 사람보다 낫지 않았는가? 그분이 바로 산 증거이다. 마
음속 부처를 본다면 팔만대장경을 어찌 그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또 설
사 팔만대장경을 종횡으로 다 외운다 할지라도 마음속 부처를 보지 못했
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죽은 문자일 뿐이다. 죽은 송장에 좋은 옷
을 입히고 곱게 화장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오직 자성을 바로 깨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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