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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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향적 속성을 지닌 생성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화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님’과 함께 존재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연의 만물은 화해와 조화의 기반을 우주의 모든 존재가 상호연관성을

           지니며, 한 몸임을 인식하는 대승大乘의 동체사상에서 찾아질 수 있다. 이것

           은 곧 세계의 존재방식을 조화에 기초한 화엄의 세계로 인식한 것이다. 이러
           한 자연관과 대승적 정신이 잘 조화를 이룬 시가 「낙원은 가시덤불에서」이다.


                일경초一莖草가 장육금신丈六金身이 되고

                장육금신이 일경초가 됩니다
                천지는 한 보금자리요 만유萬有는 같은 소조小鳥입니다
                나는 자연의 거울에 인생을 비춰 보았습니다



             만해는 하나의 풀에서 전 우주의 생명과 민족의식의 구원을 읽는다. 일경
           초가 장육금신이 되고 장육금신이 일경초가 된다는 말은, 연약한 한 줄기 풀
           은 결코 연약하지 않으며, 한 줄기 풀은 때로 바위틈에서도 살아나고, 한 줄

           기 풀이 장육금신 부처님의 몸이 되는 까닭임을 의미한다. 한 줄기 풀은 미

           미한 중생이지만 그 중생이 곧 부처님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 줄기 풀과 부처
           의 상호회통은 우주의 모든 생명은 상호연관 되어 있다는 화엄인식에 바탕
           을 두고 있다. “천지는 한 보금자리이고 만유는 같은 소조”라는 것도 자연과

           사물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인드라망의

           존재임을 인식한 것이다. 천지간의 모든 존재는 성함과 쇠함, 삶과 죽음을 겪
           는 것이 한 마리 작은 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삶도 다른 만유와 다
           를 바가  없다. 그러기에 자연은 곧 인생의 거울이다. 거울 또한 단지 사물을

           반영하는 기호가 아니라, 천지를 비추면서 본래 청정한 인간의 심성을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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