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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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와 같이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들과 하나 되는 교감은 자연친화적 사유
            를 낳게 하고 자연의 생기를 통해 우주적 합일의 극치를 발견한다. 대표적인
            시가  「고대苦待」이다.



                다시 오는 별들은 고운 눈으로 반가운 표정을 빛내면서
                머리를 조아 다투어 인사합니다.
                풀 사이의 벌레들은 이상한 노래로 백주白晝의 모든 생명의

                전쟁을 쉬게 하는 평화의 밤을 공양供養합니다.



              자연물들의 아름다운 합일과 상호조응에 주목하고 있다. 밤하늘의 아름
            다운 별과 지상의 풀벌레의 상호조응을 통해 하늘과 땅은 하나가 되고, 이

            들이 빚어내는 평화의 밤은 우주적 합일의 상태를 보여 준다. 평화의 밤은 만

            유의 모든 존재가 상호 침략과 전쟁을 멈추고 화해와 조화로움을 지향할 때
            만이 가능하다. 풀벌레가 부르는 생명의 노래는 화해와 조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평화의 염원이다. 이 우주적 화음은 전쟁에 익숙한 인간을 천지화육天
            地化育에 동참하게 만들며 상호 유기적이며 통합적인 삶에 이르게 한다. 만해

            의 인류평화와 상호공존의 염원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는 시편이다.
              아울러 만해의 시에서 생명사랑과 자비는 가장 포괄적이고 능동적인 실천
            적 의미를 지닌다. 그의 이러한 생명사랑은 일제 식민지시대라는 냉혹한 현

            실을 살아가는 현실 세계 속에서 중생의 아픔과 끝까지 하고자 하는 자기 비

            움과 하심下心을 통해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시가 「나룻배와 행인」이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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