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29

“그러면 황벽 스님께 가서 법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황벽 스님에게 가서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긴요한 뜻입

            니까’ 하고 물어보지 아니하였는가?”

              그 말을 듣고 임제 스님은 황벽 스님에게 가서 똑같이 물었습니다. 그런
            데 묻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황벽 스님이 갑자기 몽둥이로 스무 대나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임제 스님이 몽둥이만 맞고 내려오니 목주 스님이 물

            었습니다.

              “여쭈러 간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
              “제가 여쭙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실 스님이 갑자기 때리시니 그
            뜻을 제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다시 가서 여쭈어라.”

              그 말을 듣고 임제 스님이 다시 가서 여쭙자 황벽 스님은 또 몽둥이로
            때렸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가서 여쭙고 세 번 다 몽둥이만 맞고 말았습
            니다. 임제 스님이 돌아와서 목주 스님께 말했습니다.

              “다행히 자비를 입어서 저로 하여금 황벽 스님께 가서 문답케 하셨으나

            세 번 여쭈어서 세 번 다 몽둥이만 실컷 맞았습니다. 인연이 닿지 않아 깊
            은 뜻을 깨칠 수 없음을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날까 합니다.”
              “네가 만약 갈 때는 황벽 스님께 꼭 인사를 드리고 떠나라.”

              임제 스님이 절하고 물러가자 목주 스님은 황벽 스님을 찾아가서 여쭈

            었습니다.
              “스님께 법을 물으러 왔던 저 후배는 매우 법답게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하직 인사를 드린다고 오면 방편으로 그를 제접提接하여 이후로 열심

            히 공부케 하면,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



                                                                        27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