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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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본능이야, 본능! 배고픈데 밥 안 먹고 살 수 있어?”
본능이라도 다릅니다. 밥 안 먹고는 살지 못하지만 여자는 없어도 얼마
든지 살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여자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항상 여자를 경계하라고 하시
는고?”
원수가 져서 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도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여자를 멀
리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성취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명예입니다.
명예, 이름 병!
이것은 단수가 높은 것입니다.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내 앞에서 어른
거리지 못한다고 이렇게 말하지만, 그 사람의 내부 심리를 현미경이나 엑
스레이 기계로 들여다보면,
“내가 이토록 참으로 장한 사람이다, 큰스님이다, 도인이다.”
하는 이름을 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고 또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
습니다. 병 가운데서도 재물 병, 곧 돈병과 여자 병 이 두 가지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름 병이라는 것입니다.
계행이 청정하여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감히 어른거리지 못한다고 하
면 천하제일의 큰스님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큰스님, 큰스님” 하
면서 옆에 와서 자꾸 절을 하면 그만 정신이 없어집니다. 여자와 재물은 벗
어나도 대접받는 것에서는 벗어나기 참 힘듭니다.
실제로 재물 병과 여자 병은 결심만 단단히 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남들이 욕이라도 하지만, 이름 병에 걸리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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