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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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왔다 갔다만 하는구나. 어떤 수행의 성취가 있었느냐?”
“다만 스님의 노파심절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서 오느냐?”
“먼젓번에 일러주신 대로 대우 스님께 갔다 옵니다.”
“대우가 어떤 말을 하던가?”
임제 스님이 그 사이의 일을 말씀드리자 황벽 스님이 말씀했습니다.
“뭣이라고! 이놈이 오면 기다렸다가 몽둥이로 때려 주리라.”
그러자 임제 스님이 말했습니다.
“기다릴 것 무엇 있습니까, 지금 곧 맞아 보십시오.”
하면서 황벽 스님의 뺨을 후려치니 황벽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미친놈이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구나!”
그러자 임제 스님이 갑자기 고함을 치니 황벽 스님이 말했습니다.
“시자야, 이 미친놈을 끌어내라.” 9)
그 뒤 임제 스님이 화북華北 지방으로 가서 후배들을 제법하면서 누구
든지 앞에 어른거리면 고함을 쳤습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우레같이 고함친다[喝]’고 평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임제종이 시작
되었습니다.
임제 스님이 소리 지르는 것[喝], 덕산 스님과 황벽 스님이 사람 때리는
것[棒], 이 이치를 바로 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전에는 팔만대장경
을 거꾸로 외고 모로 외워도 소용없습니다. 지식으로는 박사의 박사를 더
한다 해도 소용없으니, 오로지 불법은 깨쳐야 알지 깨치기 전에는 절대 모
9) 이상의 내용은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X68, p.31c) 등 여러 전등사서에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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