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P. 111

사진 1. 홍류동의 농산정. 해인사 교무국장 일엄 스님 제공.



            여주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른다(사진 1).

              백련암白蓮庵은 해인사에 속해 있는 암자이다. 해인사 본찰이 있는 곳에
            서 한참이나 걸어 올라가야 하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요즘은 자동
            차로 백련암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지만, 백련암으로 가는 길은 역시 산

            길을 한걸음씩 걸어가야 제 맛이다. 봄에는 보랏빛과 연초록이 감도는 꽃

            피는 춘산이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는 자리이고, 여름에는 소나무와 잣나
            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에 범상치 않은 바위들이 경판을 줄지어 세워둔 것
            처럼 둘러싸고 진리를 쏟아내는 자리다. 가을에는 붉게 타 들어가는 단풍

            이 온통 당우를 에워싸 의단疑團을 다 태워버리고 싶은 발심이 생기는 자

            리다. 그 가운데에서도 겨울 눈 내린 계절에 소쇄瀟灑한 산중 흙길을 밟으
            며 걸어 올라가는 맛은 적막寂寞을 느껴볼 수 있어서 일품이다(사진 2-1·
            2-2). ‘진정 나는 누구인가?’, ‘나는 과연 삶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인

            가?’, ‘한번 살고 가는 삶에서 나로 인해 이 세상이, 아니 한 사람이라도 행



                                                                        109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