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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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합죽선 부채 그림.
포부를 가지고 장래를 준비하던 청년이 친구 따라 백련암에 놀러갔다가 성
철 스님을 만나 “머리 깎고 출가하게!”라는 말씀에 바로 세상과 인연을 접
고 수행자의 길로 나선 어른이다. 만일 속세에 계셨으면 학계나 정치계로
나가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이다. 그날 나도 얼씨구나 하며 하룻밤 공짜로
자기는 했지만 혹시 붙잡혀 머리 깎아라 하시면 어쩌나 하고 내심 겁이 나
기도 했다. 후배라고 봐 주셨던 것 같다. 그런 세월이 지났다.
원택 대화상은 성철 스님 옆에서 시봉하고 가르침을 받고 수행하면서 성
철 스님이야말로 우리 옆에 오신 붓다라는 것을 터득하셨다. 달을 가리키
는 손가락을 볼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계신 붓다를 모시고 그 가르침을
행하면 그것이 부처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하시며 지금까지 오로지 한 마
음으로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신다. 성철 스님의 생전이나 사후나 한결같이
붓다를 정대頂戴하듯 이마에 성철을 이고 사신다. 겉은 부드러우시면서 참
으로 엄격하시다. 다비식을 치르고, 사리탑을 조성하고, 겁외사劫外寺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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