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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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하고, 성철기념관을 건립하여 국민들이 성철 대종사의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게 한 일도 그 맥락이다. 성철 스님이 생전에 마치지 못한 역경사업을
            이어서 마무리하고, 성철 스님의 법문을 책으로 출간하고 영상으로 알리

            는 일도 그러하다.

              티벳불교 관련 저작까지 번역해내는 일로 바쁜 성철사상연구원의 조병
            활 박사는 성철 스님의 말씀은 실로 알아듣기 쉬운데 도대체 왜 다들 이
            해하기 어렵다고 하는지가 그야말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며 본격적으로

            성철 대종사의 가르침과 말씀을 더 쉽게 풀어내는 일을 시작했다.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다. 이 아까운 시간에 산스크리트어나 티베트어로 된
            불교문헌이나 뛰어난 철학자들의 글을 번역하여 불교학 연구의 깊이를 더
            하는 일이 급한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할 형편이니. 그렇지만 이 땅에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이겠는가. 이것도 중생 구제라고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변명 같지만, 내가 불교학자들을 많이 양성하고 배출했어야
            했다고 말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한국불교계는 각종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불교학자들을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이 상황에서 원택 스님에게 한 대 얻어맞지 않으려고 염천을 잊으시게

            합죽선에 성철 스님 오도송을 쓰고 불면암佛面巖을 그려 드렸다(사진 8). 스
            님이 공을 들여 감역監譯하신 『명추회요冥樞會要』도 책상 위에 펴 놓고 열
            심히 읽고 있다. 첫 장부터 이렇다. “만약 불승佛乘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보장寶藏을 펼쳐서 낱낱의 글자를 소화해 자기에게 귀결시키고, 모든 말씀

            이 진심眞心에 계합하도록 해야 한다. 그저 의미를 담은 문자에 집착해 말
            을 따라 견해를 내서는 안 되니, 반드시 글 속에 담긴 뜻을 찾아내어 근본
            종지에 계합해야 한다[契會本宗]. 그러면 무사지지無師之智가 눈앞에 나타나

            고, 천진지도天眞之道에 어둡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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