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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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가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게 되었다.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과
점령, 1959년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 티베트 불교의 세계화 등 일련의 역
사적 정치적 사건이 동·서양의 두 인물을 만나게 해 준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이 만남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다(40쪽). 이
런 만남이 저자에게 끼친 영향 중 특히 역자의 시선을 끈 것은 ‘반성적 자
각’에 대한 저자의 깊은 관심과 논의였다. 저자 자신도 그 전부터 감정이나
감정적 행위를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었던 듯하지만,
불교의 ‘알아차림(mindfulness, 正念)’을 알게 되면서 그런 믿음이 더 강화되
었을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감정을 느낄 때 다른 유형
의 감정적 의식,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 저자는 이
런 의식이나 능력이 불교 사상가들의 ‘알아차림’에 가깝다고 말한다(132쪽).
‘알아차림’은 저자 자신이 말하는 반성적 평가나 반성적 자각과 유사하
다. 저자에게 “감정은 하나의 과정으로, 인류 진화에서의 과거와 개인의 과
거에 영향을 받는 특수한 자동평가의 일종이다.”(37쪽) 자동평가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긍정적인 경우도 물론 있다. 특히 우리가 공포의 순간을 경
험하고 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대응해야 할 경우가 그러하다. 예를 들면,
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저편에서 다른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당
신의 차와 거의 충돌할 뻔한 경우를 떠올려보자. “자동평가는 반성적 평
가에 필요한 시간을 줄임으로써 우리를 종종 재앙에서 구해줄 수 있고 실
제로 구해주기도 한다.”(67쪽)
하지만 자동평가가 아닌 반성적 평가가 필요한 때도 있다. 특히 분노와 같
은 파괴적인 감정의 경우다. “반성적 평가의 긍정적인 면은 반성의 결과로서
감정이 일어날 때 벌어지는 상황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67쪽)
이 구절에 달린 각주에서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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