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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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십력의 ‘체용불이’ 사상


             그런데 이러한 『기신론』의 특징은 그대로 웅십력 철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본체론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웅십력 역시 본체를

           마음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본체와 현상의 종합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우리 마음 속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를 ‘우주의 마음’[宇宙
           心], 또는 나 자신의 ‘본래의 마음’[本心], ‘참된 마음’[眞心]이라는 본체로 보고,

           이것이 현상으로 현현한다는 사상을 제기하였다.

             이 때 본체와 현상의 관계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통일의 관계가 된다. 이
           를 ‘본체와 현상의 불이’, 또는 체용불이體用不二라고 한다. 그리고 본체인 우
           주의 마음, 또는 본래의 마음이 ‘흡翕’과 ‘벽闢’이라는 수렴, 확산 과정을 통

           하여 객관적인 현상 세계의 물과 심으로 현현하고, 이러한 현상들은 찰나

           생멸을 계속한다는 것이 웅십력 본체론의 골자이다. 물론 이 때의 본체가
           쉬지 않고 생성하는 ‘인仁’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웅십력 철학은
           유학과 연관된다.

             이러한 사상은 마음을 근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심본론心本論이다. 더욱

           이 현상 세계를 본체의 현현으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본체의 성격을 ‘본래
           의’, ‘참된’ 것으로 파악하므로, 『대승기신론』의 진여연기와 근본적으로 일
           치한다. 『기신론』 역시 현상 세계를 ‘한 마음’, ‘중생의 마음’이라는 본체의

           표현으로 보며, 이 때 이 본체는 당연히 진여 본체로서 참되고 오염되지 않

           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동일한 관념론이면서도 유식 불교가 아라야
           식을 망식妄識에 가까운 것으로 상정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대승기신론』
           에서는 현상 세계가 진여 본체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므로 웅십력이 주장하

           는 ‘체용불이’라는 슬로건에 잘 들어맞는다. 반면에 유식 불교는 망식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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