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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깥에 홀로 두 다리를 쑥 내밀고 하강하고 있다. 침상에 누운 마야 왕비 주
            위로 시중을 드는 궁녀들이 있고 모서리에는 코끼리를 태운 가마를 들었
            던 사천왕이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서 배치되었다. 위에는 정면으로 서 있

            는 이천왕이 있고 아래에는 등을 보이고 있는 이천왕이 있다.

              코끼리를 태운 가마를 든 난장이 모습의 사천왕은 사라지고 건장한 신체
            를 가진 귀공자 스타일의 남성으로 표현되었다. 향좌측 위쪽의 무기를 든
            사천왕은 악으로부터 태 속에 든 보살을 보호하고자 한 역할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인도 미술 가운데 무장한 사천왕의 가장 앞선 예에 속한다.



              탄생과 사천왕



              보살은 열 달이 되어 어떤 탄생의 고통도 없이 편안하게 어머니의 옆구

            리로 세상에 태어나셨다. “이제야 말로 성인이 나와 세상을 위해 나루와
            다리가 되는구나. 사천왕, 제석천, 범천, 그 밖의 여러 하늘 무리들이 몸
            을 굽혀 모두가 둘러싸고 다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내는구나.” 보살의 탄

            생 장면에도 여러 천신들이 보호하는 이야기가 경전에 언급되어 있다.

              간다라 불전 미술에서는 제석천이 비단천을 들고 어머니 오른 옆구리에
            서 탄생하는 보살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인도의 나가르주나콘다 사원의
            탑을 장엄했던 부조상(사진 3)에서는 제석천과 범천 대신 사천왕에게 그 역

            할이 주어졌다. 무우수 가지를 잡고 선 채로 보살을 낳는 어머니 마야는

            화면 왼쪽에 배치되었다. 오른 옆구리로 탄생하는 보살의 모습은 생략되
            었는데, 이것은 인간의 형상으로 부처님 표현을 금지했던 전통이 3-4세기
            경까지 남인도에 남아있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사천왕은 터번을 쓰고 장신구를 몸에 걸쳤으며 발목까지 오는 얇은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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