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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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필 귀중한 사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그의 다시茶詩
중에서 차로 이질을 치료한 과정을 노래한 「다약설茶藥說」이 있다. 그 일부
를 소개하면 이렇다.
첫 잔을 마시니 뱃속이 조금 편안해지고 一椀腹心小安
둘째 잔을 마시니 정신이 또렷해지네. 二椀精神爽塏
서너 잔을 마시고 나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三四椀渾身流汗
맑은 바람이 뼈에서 일어나는 듯하더니 淸風吹骨
상쾌하여 비로소 병이 없었던 듯. 快然若未始有病者也.
「다약설茶藥說」
윗글은 『범해선사유고梵海
禪師遺稿』에 수록된 시로, 그
가 1852년 6월경 남암에서 수
행할 때 지었다. 당시 그는 이
질에 걸려 달포 간이나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당시 그의 전
후 사정을 듣고 찾아온 인물
은 부인富仁, 무위無爲이다. 마
침 부인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
던 차를 끓여 범해에게 마시
게 했는데, 이때 병이 사라져
가는 정황을 서술한 것이다.
사진 3. 응송 스님(오른 쪽)과 박동춘, 차 만드는 광경. 그의 병은 대략 6월경에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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