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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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가 되는 악한 마음작용, 즉 번뇌심소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번뇌심소는 갖가지 부정적 감정에 오염[雜染]된 마음작용을 말한다. 이
런 번뇌심소에 의해 중생은 온갖 악행을 짓게 되고, 그와 같은 악업의 결
과로 인해 생사고해生死苦海에 빠져 윤회한다는 것이 유식학의 설명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위 자체보다 행위를 초래하는 마음에 초점을 두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선심소가 11가지였던 것에 반해 번뇌를 일으키는 번
뇌심소는 그 두 배가 훨씬 넘는 26가지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우
리가 타인으로부터 따뜻함과 선량함보다 차갑고 쌀쌀함을 더 많이 느끼
는 것은 단지 주관적 판단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선의를 확인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착한 마음작용보다 번뇌를 일으키는 마음작용이
더 많은 것에 대해 『백일법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생은 선이 아니면 악인데, 여기에서 선은 열한 가지가 되고,
악인 번뇌에 속한 것은 스물여섯 가지입니다. 언제나 악이 많기
때문에 중생이 선한 행동은 하기가 어렵고, 악행을 하는 쪽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식에서 근본적으로 주장하는 것입
니다. 중생이 결국 죄를 많이 짓고 선을 적게 하게 되는 것은 우
리 심리상태의 근본 조직이 선한 심리활동이 적고 악한 면이 배
가 넘으니, 자연히 많은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입니다.”
선심소와 번뇌심소에 대한 성철 스님의 평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째는 사람의 마음은 착한 작용보다 악한 작용이 더 많다는 것, 둘째는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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