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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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제별로 나누어 총정리한 책이다. 이능화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쓴 글
에서 “조선의 승려조차도 조선 불교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계통적 역사 서
술이 없다.”고 비판하며 이는 족보와 계보를 몰라 상놈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사에 대한 계통적 이해를 도모하고
참고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 책을 내게 되었
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책은 한문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 썼고 서술도 국
한문 혼용이 아닌 한문으로만 쓰고 있다.
이능화는 책의 서문에서 한국불교의 12종파와 900개 사찰의 역사가 방
치되고 잊혀 진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서 일일이 고증하고 공부하는 공력
을 들인 끝에 책을 마칠 수 있었다고 되돌아보았다. 책 끝의 발문은 1905
년 을사조약의 강제 체결을 비판하는 논설인 「시일야방성대곡」을 《황성신
문》에 실은 장지연이 썼다. 그는 이능화가 유학자이면서도 불교를 좋아하
여 연구에 전념해왔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불교는 유교와 함께 오랜 역사
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전해지는 기록이 적어 저자가 늘 안타깝게 여기다
가 이 책을 펴냈다고 적고 있다.
이능화는 이 책에서 엄밀한 사료적 근거에 의해 객관적 접근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근대불교학의 연구방법론인 문헌학과 역사 실증주의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문헌들만 해도 역사서와 지
리지, 문집과 불서 등 다양하며, 비문 등의 금석문과 사적기 등 수많은 자
료들이 망라되어 있다. 역사서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고려사』, 『조
선왕조실록』 등을 주로 활용하였고 『용재총화』, 『대동야승』 같은 야사류도
포함되었다.
『조선불교통사』의 상편에서는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부터 이 책
이 저술된 20세기 초까지의 사료를 시기별로 편년체로 배열해 서술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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