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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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확신이 필요했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윤리적 당위도 요구되었다.
하지만 햄릿은 자신의 각오를 실천에 옮기는데 있어 수많은 번민에 시달
린다. 결단을 내려야할 할 순간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소용
돌이친다. 때로는 복수하기 좋은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번민 끝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때마침 원수는 기도 중이었고, 기도 중인 원수를 죽이는
것은 천국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라는 엉뚱한 번민이 결행을 가로막는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자기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의 결이 분산될수록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악과 마주한 햄릿을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죽음에 대한 공포이다. 햄릿이 죽음의 두려움 앞에 “포악한 운명의 화살이
꽂혀도 죽은 듯 참는 것이 장한 일인지” 아니면 “창칼을 들고 노도처럼 밀
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사이 비
극은 커져 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감내할 것인지 아
니면 차라리 익숙한 이승의 번뇌를 감내할 것인지를 두고 고뇌하는 것은
모두 죽음의 두려움 때문이다. 햄릿은 이와 같은 분별심 때문에 사람들은
겁쟁이가 되고, 타오르던 웅지는 잡념에 사로잡혀 힘을 잃고, 결국 실천으
로 옮기지 못함을 한탄한다.
햄릿처럼 선택의 상황 앞에 주저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햄릿증후
군이라고 부른다. 생각이 많거나, 보고 듣는 정보가 많을수록 이와 같은
결정장애는 심해진다. 외부로부터 접하는 정보는 많은데 정작 자기주관의
결핍이 초래하는 문제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네트워크의 비약적 발달과 이
에 따른 정보의 홍수로 인해 고려해야할 사항이 늘어나면서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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