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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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따라서 분명한 주관의 결핍은 순
간순간 다가오는 선택에 있어 주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
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정신적 나약함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정신적 나약
함은 주저하다 때를 놓치고, 결국 상황에 쫓겨 최악의 선택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결정장애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기업경영이나 국가의 리더십
에 있어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햄릿처럼 결단의 순
간에 우유부단하고 결정장애를 겪는 것과 관련된 불교 교리가 바로 유식
학의 ‘의疑’ 심소이다.
의疑, 망설임과 확신의 부재
‘의(疑, vicikitsa)’ 심소는 여섯 가지 근본번뇌 중에서 다섯 번째 심소에 해
당한다. ‘의’는 사성제와 같이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과 불법의 진리에 대해
그 진실성을 확고하게 믿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보류하는 마음을 말한다.
『성유식론成唯識論』은 의심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모든 진리[諦]와 이치[理]에 대해서 결정을 미루는 것을 본성으
로 삼고[於諸諦理猶豫為性] 능히 불의不疑의 선품을 장애함을 업
으로 삼는다[能障不疑善品為業]. 결정을 미루는 곳에서는 선善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謂猶豫者善不生故].”
『성유식론』에서는 의심소의 본성과 작용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라는 세 가지 범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의심소의 본성은 불교에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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