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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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진리[諦]와 교리 등의 이치[理]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유
예하는 마음을 말한다. 여기서 유예猶豫란 불법의 진리에 대해 옳다는 확
신이 서지 못해 주저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
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많은 법문을 듣고,
아무리 많은 경전을 읽어도 그것이 내적 성숙으로 연결될 수 없다. 마치 쇠
귀에 경 읽기와 같아서 스스로 진리를 내면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의심소의 작용은 의심 없이 확신하는 선품[善品]을 방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듣고 배운 가르침에 대해 믿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굳건한 믿음이 싹
트게 된다. 그런 믿음에서 정신적 에너지가 생겨나고, 믿음의 힘에 의해 강력
한 종교적 실천이 추동되고, 그런 실천에 의해 업이 바뀌고 마침내 삶과 운명
이 바뀌게 된다. 이런 선순환의 고리를 확립하는 것이 ‘좋은 품성[善品]’이다.
그런데 주저하고 망설이는 의심소는 그런 선순환으로 가는 흐름을 방해한다.
셋째, 진리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면 선순환의 고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善不生]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저런 의혹에 골몰하고,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저하면 당연히 바른 믿음이 생겨날 수 없다. 내적으로 믿음
이 부재하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도 뒤따르지 않는다. 실천이라는
업業이 없으면 삶이 바뀌지 않음으로 결과적으로 의심소는 선순환을 가로
막아 윤회전생하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유의할 점은 의심소는 사성제나 불교의 진리에 대해 거부하는 불신不
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분명하게 ‘이것은 아니야!’라고
불신한다면 이미 불자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따
라서 의심소는 불법의 테두리 속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공부하
지만 그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서지 못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
하고 주저하는 마음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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