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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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이해와 신심견고信心堅固
종교는 신념체계이므로 모든 종교는 믿음을 강조한다. 확고한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하는 것은 종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도 신심견고나 말뚝신심 등을 강조하며 불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
다. 『화엄경』에서도 “믿음은 도의 으뜸이며 모든 공덕의 어머니[信爲道源功
德母]”라고 했다. 바른 믿음이 있어야 바른 길로 가는 도를 닦을 수 있고,
바른 믿음이 서야 모든 공덕을 실천할 수 있다.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이런
작용에 의해 일체 모든 선한 법이 자라나게 된다[長養一切諸善法].
그런데 의심소는 이와 같은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도록 방해
한다. 자신이 믿는 것이 진리라는 확신을 유예하고 결단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이처럼 주저하고 망설이는 ‘의疑’가 믿음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교에
서는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 바른 이해와 믿음을 결부시킨다. 신해행증信
解行證에서 믿음을 나타내는 ‘신信’과 바른 이해를 의미하는 ‘해解’는 서로
쌍을 이루고 있다. 바르게 이해해야 의혹이 사라지고, 그때 비로소 굳건한
믿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덮어 놓고 믿는 맹신은 무지의 산물이며, 그런
믿음은 무지가 깨지는 순간 믿음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의심소를 다스리는 것은 무조건 믿는 맹신이 아니라 바르
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른 이해가 있을 때 결정을 유예하는
‘의’가 사라지고, 굳건한 믿음이 생겨난다.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생기는 믿
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음으로 신심견고가 되고 말뚝신심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법이란 ‘와서 보라는 것’이라고 하셨다. 누구든지 와서 직접 보고
분명하게 이해할 비로소 법에 대한 깊은 믿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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