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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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자기중심적 착각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
           은 사람이라면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일출
           이나 일몰을 보면서 지구가 회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물리학자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해가 뜬다고 한다. 하루 내내 지구가 회전하는 걸

           느끼지 못하다가, 일출이나 일몰이 돼서야 지구가 회전한다고 느닷없이 말
           하는 것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회전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

           아들인다.

             밤하늘의 별은 하루에 정확하게 한 번씩 회전한다. 열병하는 군대보다 훨
           씬 더 정확하게 흐트러짐 없이 움직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천
           구celestial sphere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무한히 큰 가

           상의 구다. 이 천구에 모든 별이 박혀 있다. 천구가 하루에 한 번 회전한다

           고 하면서, 태양계를 제외한 모든 천체의 회전 운동을 설명하려고 했다.
           천구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무리수를 두면서도, 내가 회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뛰어

           가거나 걸어가지 않는 한, 내가 움직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끔 우리

           뇌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 터미널에서 내가 탄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면 옆의 버스가 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으
           로 파악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감각 경험을 통한 판단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모두 알면서도, 우리는
           해가 뜬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고의 얼개가 갈릴레이를 심판했던 이단심
           문소의 재판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해가 뜨고 진다고 생각하고

           별이 회전한다고 생각하는 게 단순히 편리하거나 쉬워서만은 아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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