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P. 118
“차실茶室의 문은 작을수록 좋다. 일
본 사람들은 원래 다실 내에는 칼을
차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문을 작
게 만들었다고 한다.”
“차실의 문은 ‘단절斷絶’을 의미한다.
잡다한 세상사와의 단절, 불합리와의
단절, 적절하지 못한 것과의 단절이
다. 차실 안은 ‘깨끗한 곳[淨土]’이고 밖
사진 3. 돈수, 『차의 맛은 텅빈 골짜기처럼 은 ‘모순의 세계[此土]’이다. 정토 안에
고요하다』, 남탑산방(2000).
서는 생멸이 없다. 중국차에서 차를
한번 씻는[美人洗塵]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토 안에서는 이미 번뇌
가 없으니, 씻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었다.”
“술은 양적陽的인 것이다. 그래서 술은 폭력을 동반하기 쉽다. 술은
직선적이다. 술잔을 줄 때에도 바로 준다. 따라서 술 문화는 직선
문화라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기운이 위로 올라간다. 우리도 모
르게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그래서 잔을 보관할 때도 엎어 놓는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첫잔은 마시고 뒤로 던져서 깨뜨린다. 그러니
4)
잔의 중요성이 적고 잔을 보관하는 잔탁盞托 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찻잔은 바로 재어 놓는다. 차는 기운을 내리고 고요한 것
4) 잔탁盞托은 잔을 보관하는 것이고, 비슷한 말인 차탁茶托은 찻잔 받침을 의미한다.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