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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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양계초가 칸트 철학의 대강을 명확하게 파
             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계초의 칸트 순수이성에 대한 유식불교적 해석을 보면, 첫째, 칸트의

             감성·오성과 유식불교의 전5식·제6의식을 연관시켜서 해석하였다. 칸트의

             감성과 오성의 구별 및 둘 사이의 협력 과정을 유식 불교의 마음 구조 이
             론으로 설명한 것이다. “공중에는 실제로 꽃이 없지만, 눈병 때문에 있다
             고 하는 것이 그 의미이다. 나의 오관과 나의 지혜가 서로 결합하여 사물

             을 인식할 수 있다. 오관은 전오식이고, 지혜는 제6식이다.”

               둘째, 칸트의 감성의 시공간 형식과 불교의 허공虛空·영겁永劫, 우宇·
             주宙를 일치시켜 보았다. 이 때 공간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형식이 사물을
             직관하는 조건으로서 인간의 감성에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칸트의

             기본 전제이다. 양계초는 공간·시간은 불교 경전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번역어라고 말하였다. 불교의 허공·영겁, 유학의 우·주가 칸트의 시공간
             에 해당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셋째, 칸트 오성의 종합적 원칙들과 화엄불교의 상즉·상입 세계관을 하

             나로 보았다. 양계초는 칸트가 감각들을 종합하여 질서있게 하는 지혜의

             작용, 즉 오성에 보고 듣는 작용, 고찰하는 작용, 추리 작용의 세 가지를
             보았다고 한다. 칸트에 의하면, 진정한 학문은 고찰 작용에서 시작하는데,
             고찰 작용은 사물들의 현상을 관찰하여 변화하지 않는 법칙을 구하는 것

             이고, 판단 작용이라고도 부른다. 양계초는 칸트철학이 이 삼대 법칙을 통

             해 “다양하고 번잡한 사물들이 실제로는 연관되어 일체를 이루는” 세계, 즉
             “큰 그물 안에 구멍이 수천만 개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속되어 있고 어느
             하나도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세계에 도달하였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세

             계는 화엄의 무진 세계와 그대로 일치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칸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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