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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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과 사회를 보는 관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이에게도 불교는 불타가
설한 고난의 인간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을 비켜간 우이는 인도철학 속에서 불교에 적당한 지위를 부여하며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오직 학문 일변도의 길을 걸었다. 그는 국
립대학을 비롯해 수많은 불교계 및 일반 대학에서 강의했다. 학자들 모임
외에는 언론이나 사교장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승려로서의 신
분도 잊지 않았다. 대학에서 은퇴 후, 동점사의 34대 주지로도 복무했다.
그는 사찰의 법요식에 불참하는 일은 없었다. 보수를 일체 받지 않았으며,
전부 사찰에 다니는 아이들의 교육비로 사용했다.
우이는 박로博勞에 대해 즐겨 이야기했다. 박로는 주나라 때 말을 매매
하던 사람의 이름이다. 좋은 값을 받기 위해 말의 좋고 나쁨을 잘 구별해
야 했다. 말 전문가인 셈이다. 우이는 말을 호수까지는 데려갈 수 있어도
박로라도 물을 먹이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부모나 스승이 도와서 학교를
보내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세속적
인 권력이나 명예를 탐하지 않고, 학문 외길을 걷는 것은 사명감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교육의 기본은 동기유발에 있음을 자신을 미루어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의 불교문헌학이 세계적 반열에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불교를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도록 하는, 깨어있는 사
장師匠의 훈도를 계승하는 전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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