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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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아가서는 서구 세계에서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인들이
          일찍이 중용사상을 펼쳤는데, 그들도 중간 사상을 가지고 중용사상이라

          하였을 따름입니다. 그들의 이른바 중용사상은 양변을 완전히 버리고 동

          시에 양변이 완전히 융합하는 사상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양변을 여의
          고 양변을 융합한다는 것은 추호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도 사
          상과 중용은 결코 혼동될 수 없는 것입니다.

           서양의 철학계에서도 근대에 이르러 언뜻 보기에 불교의 중도 사상과 비

          슷해 보이는 이론이 나왔습니다. 바로 헤겔의 변증법辨證法 사상입니다.
          정正·반反·합合, 이 세 가지가 변증법의 기본 공식으로 정에서 반이 나오면
          그것을 융합시켜서 합을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 논리는

          중도와 비슷한 듯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말하

          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시간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보기를 들어 정正이
          라는 사상이 나와서 이것에 모순이 생기면 다시 반反이라는 사상이 나오
          고, 시간이 지나면 정도 아니고 반도 아닌 것이 서로서로 종합이 되어서

          합合이라는 사상이 나온다는 이론입니다. 이와 같이 시간을 전제로 하는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말하는 헤겔의 정·반·합 이론도 정과 반을 완전히
          버리고 정과 반이 완전히 융합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도 사상과는 근본적
          으로 다릅니다.

           변증법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번은 괴테와 헤겔이 만

          났는데, 괴테가 헤겔에게 그 변증법의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
          니다. 그러자 헤겔은 그것은 모순의 논리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곧 정
          과 반의 모순, 시와 비의 모순, 선과 악의 모순을 말하니, 이것은 양변이

          모두 모순인 것을 갖고 만든 이론에 불과한 것입니다. 양변이 서로 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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