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P. 74
불교어휘, 풍속론과 화혼식
『조선불교총보』에 실린 불교문화 탐구 결과물로 권상로와 이능화의 글이
주목된다. 권상로는 1-4호에 걸쳐 불교 어휘를 고찰하였는데, 「산가어휘山
家語彙」라는 제목을 달고 매 호마다 친근하면서도 유래를 알기 어려운 불교
어를 국한문 현토체로 풀이하여 연재하였다.(佛, 法堂, 僧尼/1호. 彌勒, 佛供, 齋,
磬, 搖鈴/2호. 衲, 鉢, 木柝, 曲冠(곡갈), 動鈴, 笠/3호. 知殿, 副殿, 澡罐, 金鼓木魚/4호)
이능화는 3-5호에 걸쳐 「속사쇄언俗事瑣言」이라는 제목으로 불교풍속사
의 여러 단면을 특유의 박학다식한 자료를 들어 정리하였다(사진 5). 예를
들어 ‘기무출처妓舞出處’는 세조 당시의 영산회상곡에서 유래한 정악正樂,
구운몽을 배경으로 한 성진무性眞舞, 화청고무에서 유래한 승무, 원효의
무애가에서 유래한 무애무無㝵舞 등을 들어 기녀의 가무 속에 내재된 불교
문화사적 의의를 소상하게 밝혔다.
이능화는 기존 불교문화에 대한 연구 외에도 <의정불식화혼법擬定佛式花
婚法>(4호)을 제정하여 불교 의식의 하나로 기대하는 근대적인 혼례 의식의
절차를 제정하였다. 그리고 이 절차에 따른 실제 혼례가 거행된 사례로서
1919년 1월에 각황교당에서 거행된 화혼례식을 15호의 「휘보」에 소상하게
소개하였다(사진 6). 이는 화혼식이 새로운 불교의식으로 수용되는 구체적
인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근대 종합 불교의례서인 『석문의범』(1935)
에는 이러한 근대식 화혼례가 좀 더 정제되고 대중적인 형태로 수록되었
다. 이를 보아 이능화의 불교문화에 대한 기여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