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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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7호 | 문자와 책의 향기 14 | “말 가운데 말이 있으면 죽은 말이
최재목 시인의 시
며, 말 속에 말이 없으면 살아 있는
말이다[語中有語, 即是死句; 語中無語, 則
是活句].” 사람들은 대개 ‘말 가운데
1)
언어로 깨달음 말이 없는 말[活句]’을 이해하지 못하
드러낼 수 있음 고 좋아하지 않는다. 말 속에 말이
보여준 活句集 있는 말, 즉 ‘죽은 말[死句]’을 ‘숭배’한
다. 사실 말(문자)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도구에 불과하다. ‘대지의 본 모습
[本地風光]’을 말과 문자가 설명해 줄
조병활 자유기고가 수 없다. 말을 파고들수록 의미는 점
점 미끄러진다. 결국 말에는 아무 것
도 남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과 문자에 집
착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는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평생 말과 문
자에만 매달리는 이들도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에 맞는 말이
있지만, 말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덕
1) 북송(960-1127)의 혜홍각범(慧洪覺範慧洪, 1071-1127)이
쓴 『임간록林間錄』 권상 「동산수초어록洞山守初語錄」
조에 있는 말이다. 원문은 “말 가운데 말이 있는
것을 사구라 부르며, 말 가운데 말이 없는 것을
활구라 한다[語中有語, 名為死句; 語中無語, 名為活句].”
이다. 백련선서간행회, 『임간록』(상), 합천: 장경
각, 1989,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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