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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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키는 손가락이 유명한 사람의
             그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유명
             한 사람의 손가락은 달 못지않게 중

             요하므로 사람들이 달과 그 손가락

             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손가
             락에 매달려 달을 놓칠 가능성도 높
             아진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달

             과  손가락  모두를  살리기  위해
             시詩가 탄생됐는지 모른다. 은유적                    사진 1. 최재목 시집,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이고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시詩’                       서울: 21세기문화원, 2021.

                                                                 2)
             는 달도 아니고 손가락도 아니다. ‘달과 손가락 사이[月指之間]’ 에 있는 그
             무엇이다. 시를 통해, 달을 보고 손가락을 손가락으로 인식한다면 성공
             적이다. 그런 시는 훌륭하다. 혜홍각범(慧洪覺範, 1071-1127)이 『석문문자
             선石門文字禪』 권제25 「제량화상전題讓和尙傳」에서 밝힌 견해는 바로 이 점

             을 지적한 것이다.



                  [3] “마음의 깨달음을 언어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언어로 드러낼
                  수는 있다. 언어라는 것은 마음과 관련된 것이고, 깨달음의 표시

                  이다. 표시를 살피면 마음이 (깨달음에)  계합한다. 때문에 수행자
                                                 3)


             2)  최재목 시인은 「달과 손가락 사이」라는 제목으로 제72호(2019년 4월호)부터 제92호(2020년 12월호)까지의 『고
               경古鏡』에 시와 그림을 연재했고, 연재된 시와 그림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 이 시화집詩畫集이다. 「달과
               손가락 사이」는 『능엄경』의 말씀에서 착안된 것이며, 『고경』은 성철사상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지이다.
             3)   (  )는 원문엔 없으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넣은 것을 의미하며, 이 글에 있는 모든 밑줄은
               시인이 아닌 필자가 그은 것이다. 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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